인간의 여러 욕망 사이에 엄격한 위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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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2020, 12:01: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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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여러 욕망 사이에 엄격한 위계는 없다.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서 김밥을 팔아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는 생리적 욕구나 안전에 대한 욕구를 다 충족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면서 자기 몸에 불을 붙였던 청년 노동자 전태일도 그렇다. 목숨을 걸고 농장을 탈출해 도시로 달아났던 19세기 중반 미국의 흑인 노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사로잡았던 욕망은 사회적 존경, 자기 존중, 존엄, 정의, 자유 같은 것이었다. 인간의 여러 욕망 사이에 엄격한 위계는 없다.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느슨하게 해석하면 욕망의 위계 가설은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무척 유익하다.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